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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찬비 내리고 다시, 능소화
    오늘의 관심사/오늘의 한 장! 2020. 7. 14. 08:53

     

    내가 좋아하는 시 중
    나희덕 시인의 <찬비 내리고>라는 시가 있다.
    오늘 아침은 꽤 많았던 신길역의 능소화가 몇 송이 안 보여
    그 시가 생각났다.
    어쩌면 우리나라의 현재의 심정 같다는 느낌이랄까?

    누군가의 죽음은 존중되어야 하나
    도를 넘는 비웃음과 시대에 떨어지는 비유는
    공감을 얻기는커녕 자신이 존중하고자 했던 이의 존재를
    온전히 부정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.

    죽은 자의 가치관에 반하는 대처를 보며 참 마음 아프다.

    얼마 전 그렇게 많았던 능소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.

    오늘은
    푸른 잎사귀 속 몇 송이 남은 능소화가 애처롭고,
    내가 좋아하는 시 <찬비 내리고>가
    더 찌르듯이 아프게 다가온다.

    찬비 내리고 / 나희덕 
    ―편지1

    우리가 후끈 피워냈던 꽃송이들이
    어젯밤 찬비에 아프다 아프다 아프다 합니다
    그러나 당신이 힘드실까봐
    저는 아프지도 못합니다
    밤새 난간을 타고 흘러내리던
    빗방울들이 또한 그러하여
    마지막 한 방울이 차마 떨어지지 못하고
    공중에 매달려 있습니다
    떨어지기 위해 시들기 위해
    아슬하게 저를 매달고 있는 것들은
    그 무게의 눈물겨움으로 하여
    저리도 눈부신가요
    몹시 앓을 듯한 이 예감은
    시들기 직전의 꽃들이 내지르는
    향기 같은 것인가요
    그러나 당신이 힘드실까봐
    저는 마음껏 향기로울 수도 없습니다

     -나희덕,『그 말이 잎을 물들였다』(1994,창작과비평사) 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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